정하영 샘이랑 하는 네 번째 고전강독이 끝났다.
에어컨의 위력을 실감했네.
매번 허목사님 댁이나 정하영 샘 댁에서 하다보니
샘들이 식구들 밥이며 잠자리 돌보기에 넘 애를 쓰셔
이번엔 양평에 콘도 이용.

복습 분량은 자꾸만 쌓여가나, 만나면 여지없이 즐겁다.
고전강독도 재밌지만, 그 이상 재미는
샘들의 입담.
이야기 보따리인 정하영 샘의 인기는 여름 더위보다 더 뜨겁고
김봉준 샘이 쏟아붓는 러시아 소수민족 얘기들,
허목사님의 늘 생각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진지한 이야기들,
이정진 샘과 큰 희정언니의 생활에서 나오는 지혜들이 세미나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오늘은 말이 나온김에 말재주에 대한 장자의 글을 한 편 소개할려구.

◉ 魚 樂    
                     莊 周
莊子與惠子 遊於濠鯈之上
장자와 혜자가 호조 강가에서 놀고 있었다.
莊子曰 梁魚出遊從容 是魚樂也
장자 가로되, 큼직한 고기가 조용히 나와서 놀고있구나! 이것이 고기의 즐거움이지.
惠子曰 子非魚 安知魚之樂
혜자 가로되, 자네가 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고기의 즐거움을 아느가?
莊子曰 子非我 安知我不知魚之樂
장자 가로되, 자네가 내가 아닌데 내가 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리라고 어떻게 아는가?
惠子曰 我非子 固不知子矣 子固非魚也 子之不知魚之樂全矣
혜자 가로되, 내가 자네가 아니니깐 자네가 (고기의 즐거움을) 아니지 모르지, 잔네가 고기가 아니니깐 자네가 고기의 즐거움을 완전히 알지 못하잖아.
莊子曰 請循其本 子曰 女安知魚樂云者 旣已知吾知之而問我 我知之濠上也
장자 가로되, 근본으로 돌아가보자. 자네가 말하길 ‘니가 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잖아, 이미 자네는 내가 알고 있음을 알고 나에게 물은거 잖아. 나는 호조강가에 놀고 있는걸 보고 알았을 뿐야.

장자와 소피스트 누구랑 대화하면 참 재밌겠다.
혹, 아직도 윗글을 이해 못한 이가 있음 본문을 곰곰 잘 씹어보길.

소피스트 하니 얹그제 특강에서 들었던 프로타고라스가 기억나네.
‘인간은 만물의 척도’ 라구.
이 말을 좀 더 쉽게 만들면 ‘인간 (각자가) 만물의 척도’라고 이해하면 되겠지. 진리란 각자에게 상대적인 것이고, 각자가 지각하는 것은 각자에게 진리라는. 상대주의의 시작인가. 칸트는 절대적·보편적 진리를 설명하면서 인간 마음의 핵심 구조가 같기 때문에 이 진리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같다고 얘기했지. 칸트 말대로라면 인간 각자가 만물의 척도라도 절대·보편 진리가 가능하겠지만 후대 철학자들은 동의하지 않기에 다양한 상대주의가 만들어 지겠지.
소피스트 킬러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하지.
“진리란 사물들이 각자에게 나타나는 그대로의 것이라면, 어떻게 누군가가 다른 사람보다 더 현명하거나 우둔할 수 있나? 현명함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타인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이번엔 이연년의 시 ‘歌 一首’를 한 번 보자.
많은 좋은 글들을 배웠지만 날도 더븐께 쉽게 볼 수 있는 글로.
이 시는 아마도 나같이 이쁜 인간땜에 지어졌을거야.

  ◉ 歌 一首
                 李 延年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북방에 아름다운 사람있도다! 세상에 더할 수 없이 우뚝한 존재.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한 번 돌아보면 성(마을)이 기울고, 다시 돌아보면 나라가 기우네.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성 기울고 나라 기움을 어찌 알지 모르랴마는 아름다운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네.

그라지. 마을이 쇠하고 나라가 기울면 다시 세우면 되지. 그러나, 佳人은 언제 만날지 모르니 죽더라도 한 번, 두 번 보는게 낫지 뭐.

나를 위해 지은 백낙천의 장한가나, 조조로 잘 알려진 위무제의 단가행을 올리고 싶으나 시가 쪼매 길어서리. 장한가는 외로운 밤에, 단가행은 술 고픈 밤에 복습하기로 하구, 오늘은 마지막으로 허난설헌의 ‘빈녀음’을 올린다.

◉ 貧女吟
               許蘭雪軒
夜久織未休 戞戞鳴寒機
밤이 깊었는데 베 짜길 쉬지 않네, 짤까닥 짤까닥 차가운 베틀의 울음.
機中一疋練 終作阿誰衣
베틀에 있는 한 필 비단, 마침내 어느 아가씨 옷이 되고.
手把金剪刀 夜寒十指直
손에 든 가위, 밤이 추우니 열 손가락 곧고.
爲人作嫁衣 年年還獨宿
남을 위해 시집 갈 때 옷 지어주고, 해마다 해마다 나는 홀로 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