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문화읽기를 맡아주실 복효근 시인께서 '재미있는 시'들을 강의자료로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시들입니다. 연소자 읽기 불가 등급인 것 같기는 한데^-^

작년에 오셨던 대전의 함순례 시인께서 하셨던 자연의 대상물을 매개로 시를 쓴다는 것
을 연상하게 됩니다. 강의시간 전까지 모두 읽고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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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

급한 김에
화단 한구석에 바지춤을 내린다

힘없이 떨어지는 오줌발 앞에
꽃 한 송이 아름답게 웃고 있다

꽃은 필시 나무의 성기일시 분명한데
꽃도 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할까

나는 나무의 그것을 꽃이라 부르고
꽃은 나를 좆이라 부른다


- 어떤 나쁜 습관 -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거시기 슈퍼 아저씨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는 자기 집 층수보다 한 층 위에서 내려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함께 탔던 모기들도 우르르 같이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기가 들리지 않을 만한 소리로 복선생도 그렇게 해보라는 충고를 해준다 그 뒤로 나는 모기가 많은 여름날이면 부러 그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두 층이나 걸어 올라간다 참 나쁜 습관이다


- 개한테 배우다 -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와 똥을 싸놓곤 한다
오늘 마침 그 놈의 미주알이 막 벌어지는 순간에 나에게 들켜서
나는 신발 한 짝을 냅다 던졌다
보기 좋게 신발은 개를 벗어나
송글송글 몽오리를 키워가던 매화나무에 맞았다
애꿎은 매화 몽오리만 몇 개 떨어졌다
옆엣놈이 공책에 커다랗게 물건 하나를 그려놓고
선생 자지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킥킥 웃었다가
폐타이어로 만든 쓰레빠*로
괜한 나만 뺨을 맞은 국민학교 적이 생각나
볼 붉은 매화가 얼마나 아팠을까 안쓰러웠다
나도 모름지기 국가에서 월급 받는 선생이 되었는데
오늘 개한테 배운 셈이다
신발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매화가 욕을 할 줄 안다면
저 개 같은 선생 자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 개장수가 다녀가다  -

개 팔어요, 개 삽니다.
큰 개, 작은 개 삽니다.
개 팔어요, 개~애 하면서 개장수 차가 지나간다
개장수는 차 속도를 줄이더니
가만히 서 있는 나를 위아래로 한참이나 훑어보고 간다

- 산삼  -

야생화 모임에서 산엘 갔다네
오늘 주제는 앵초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갑자기 내가 질문을 했네
만약 이러다가 산삼이라도 큰 놈 하나 캐게 되면
자네들은 누구 입에 넣어 줄 건가
잠시 고민들 하더니
친구 한 놈은 아내를 준단다
또 한 친구는 큰자식에게 준단다
그럼 너는 누구 줄 건데 하길래
나도 비실비실 큰딸에게 줄 거야 했지
그러고 보니,
에끼 이 후레아들놈들아
너도 나도 어느 놈 하나
늙으신 부모님께 드린다는 놈 없네
우리 어머니 들으시면 우실까 웃으실까
다행히 제 입에 넣겠다는 놈은 없네
더 다행인 것은 산삼이 없네
눈앞에 앵초 무더기 환하게 웃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