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끈이론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 단위를, 점입자 대신 공간을 점유하는 끈으로 보는 물리학의 이론입니다.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은 기본 단위를 입자로 보고 있지만 이는 끈을 멀리서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멀리서 보면 점이지만 가까이가서 보면 끈의 형태라는 거지요. 이 끈 이론은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과 중력을 통합하여 자연의 모든 종류의 힘을 통합하는 '만물의 이론'의 강력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음악이 바이올린 현의 여러 다양한 방식의 진동에 의해 조합되듯이 세상의 만물이 궁극적으로 매우 작은 (길이가 10의 -35승 미터) 1차원 끈의 서로 다른 진동방식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이론입니다. 자연에는 전자나 중성미자와 같은 렙톤, 양성자, 중성자같은 핵의 구성물질을 만드는 쿼크, 광자(빛)나 글루온과 같이 힘을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기본입자들이 있지만 이들 모두는 같은 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동함에 따라 나타나는 존재들입니다. 이 우주는 엄청나게 작지만 무수히 많은 끈들이 만들어내는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교향곡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롭습니까?

이 이론은 60년대 만물이론이 아닌 강력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의 물리학자 난부 요이치로 등이 제안한 데서 비롯되었는데 표준모형의 등장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80년대 이후 강력을 넘어 만물이론의 후보로 부활하였습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초대칭성을 도입하여 수학적으로 정리된 이론으로 초끈이론이라 불립니다.

그런데 이 이론을 말처럼 그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기본적 배경들이 우리의 상식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올바로 이해하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해온 많은 것들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될듯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여분의 차원 이야기입니다. 이 이론이 만물의 근원이며 기본이 되는 존재가 1차원 끈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그 끈이 사는 시공간은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 시공간이 아니라 10차원 시공간입니다. 우리 머리로 3차원 공간 이상은 그려낼 수 없습니다. 시간이 포함되는 4차원 시공간도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10차원 시공간(공간 9차원 + 시간 1차원)을 생각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처음 끈이론이 나올 당시는 26차원이 필요했는데 대칭성을 도입하여 10차원으로 그나마 줄인 것입니다. 만물의 근원이란 의미는 우주가 생기자마자 힘이 분리되기 직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최초 상태인 수정란과도 같은 것이지요.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서로 다른 끈이론이 5개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그 자체 모순이 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왜 5개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위튼(E. Witten)이라는 해결사가 등장하여 이 5개 이론이 원래의 것의 서로 다른 5가지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하나의 더 큰 이론으로 통합하였습니다. 마치 큰 코끼리 몸의 5군데를 놓고 보니 잘 몰랐는데, 적절하게 합쳐보니 코끼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M-이론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M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Mother라 하기도 하고, Matrix라 하기도 하고, 위튼의 W를 뒤집어 M으로 썼다고도 하고... 당사자 위튼이 정확히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 이론은 11차원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0차원이 됐든 11차원이 됐듯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4차원과는 너무 거리가 멉니다. 그럼 우주가 처음엔 11차원이었는데 왜 지금은 4차원으로 보일까요? 그 답으로 끈이론은 나머지 7개 차원은 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긴 줄을 멀리서 보면 오직 1차원만 생각할 수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줄 두께가 있어서 빙글빙글 돌아갈 수 있는 차원이 하나 더 있습니다. 2차원인 셈이지요. 이와 같이 아주 작은 세계에서 7개 여분의 차원이 숨어있다는 겁니다. 우리 세계는 이 고차원 세계의 부분집합일 뿐이며 아직 중력이 다른 힘들과 잘 통합되지 않는 것은 중력이란 힘은 이 고차원 세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밝힌 끈이론이 중력을 통합할 수 있게된 이유입니다. 또 다른 차원으로 새어나가다 보니 중력 크기가 다른 힘들에 비해 엄청 약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LHC에서 바로 이 여분의 차원에 대한 증거를 찾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