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온배움과정에 초대합니다.

                                                                  다시, 우리 앞에 생이 주어질 때

                                                                                                                                                                 신성우

 

1. 올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아가도 태어납니다. 하나의 만남 하나의 다가옴은 하나의 버림 하나의 내려놓음이 전제될 때 기쁨과 평화가 됨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홀로 걸어가는 것이 무한한 자유의 전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버리지 못했다면 한 만남을 이룰 수 없었겠지요. 뭔가 이상해져가는 세상에 생명을 내어놓는다는 것의 무거움을 내려놓지 못했다면 지금의 새 생명을 맞이하지는 못했겠지요. 내가 옳다고 믿었던 생각과 이것만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고집이 내려지는 순간 뭔가 내가 알지 못했던, 경험하지 못했던 충만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짐을 느끼게 되었던 지난 봄에서 가을까지의 짧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렇습니다. 내 생애 몇 번 다가오지 못했지만 강렬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무살 시절 사회주의자가 되고자 스스로 마음의 결의를 했을 때, 서른 살이 되어 사람들이 어울어져 살아갈만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귀농의 발걸음을 떼어놓았을 때, 세속의 질서가 아닌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아보고자 정토회 행자로 귀의했을 때가 그런 순간들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그 길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자기 고집 부리고 자기 옳다 주장하고 갈등하고 의기소침해하고 공격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실망으로 점철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 그 순간 열려짐의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충만함과 자유, 평안 그리고 당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열려짐이 내 안에서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전의 작은 나를 벗어나 한 움큼 커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만남과 한 생명을 기꺼이 온몸과 온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여기, 어쩌면 또 다른 생이 열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시간 속에 나는 또 침체의 굴레길로 들어설 수도 있겠지요. 여느 사람의 길을 걷는 한 피할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저는 지금에야 비로소 이런 삶의 반복되는 원리들을 한번 돌이켜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하나의 버림, 하나의 내려놓음이 충만과 평안의 바탕이 될지 모른다는. 충만과 평안이 내 안에 깃들지 않은 채 사람과 사람의 평안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뭔가 모순된다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의 버림, 하나의 내려놓음이 가능하고 그것이 어떻게 충만으로 도약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2. 또한 그에 못지않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하나? 아프면 병원비는 어떻게 충당하지? 안정적 주거가 필요한데, 문화적 생활도 해야하잖아 등. 어떻할까요? 마음만으로, 의식적인 자발적 가난의 선택만으로 이런 것들을 감싸안을 수 있을까요? 한편 마음은 그렇다, 라고 하지만 집요하게 불안의 싹을 움켜쥐고 있는 내 안의 에고도 강력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문제도 흉흉합니다. 뭔가, 폭풍전야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세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구나, 사람들이 곳곳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올해 가장 많은 시간을 경주건축현장에서 보냈는데 지역 조그만 도시에서도 부동산 열기는 마치 치솟는 불길이었음을 보았습니다. 그 불기둥 안으로 다른 모든 인간적 가치가 싸그리 불타버리는. 그야말로 미쳤다! 라고 할 밖에는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러 매체에서 경제, 교육, 사회, 정치, 의료, 관료, 기업, 단체 등 총망라해서 곪아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데, 비단 저뿐일까요? 과대망상이 될까요? 혹세무민이 될까요? ! 잘 모르겠습니다. 그 모든 것들 속에 연결되어있는 나의 몸과 의식 또한 그러한 거 같아서. 세상이 연기되어 있는데 어찌 나만 안 그렇다고, 나는 아니야 라고 말하지도 못할 거 같아서. 그러면 대체 어떻게해야하나 싶어서.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세상문제를 풀고자 하면 답답하고 힘이 미치지 못하고 다른 길의 삶을 살고자 해도 현실적 과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둘은 미묘하게 접종되어 따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세상문제에 등 돌리지 않으면서도 내 삶의 과제를 풀어가고, 내 삶의 과제를 풀어가면서도 세상의 문제에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3. 온배움과정에서 뭐, 특별하게 하는 건 없습니다.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현실적 삶의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여러 분야중에 하나인) 건축이나, 농사, 자연의학(침과 뜸)에 대한 소개나 기본을 맛보는 정도? 그리고 함께 책 읽고 이야기하고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 갖기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뭔가 특별한 게 관심있는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전환의 시간이 절실히 요청되는 분이 있다면 그냥, 오시라고. 만나고 싶다고, 같이 이야기나누고 싶다고. 와서 잠시라도 이곳에서 시간 보내면서 도대체, 자신의 안에서 어떤 전환이 요청되고 있는지 가만히 살펴볼 시간을 가지시라고. 무엇을 움켜잡고 있는지, 무엇이 내 안에 차 오르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자연스러움의 길로 나서지 못하게 하고 있는 지. 무엇이 우리를 자유와 평화와 행복의 길로 이끌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이야기들을 편하게, 자연스럽게 나누고 경청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배를 만들기 이전에 풀어야할 내 안의 숙제 같은 것, 내려놓아야할 짐의 정리 같은 것. 내 삶의 반복되는 원리들을 탐구해보는 것. 어느 누구의 생각과 시선이 아니라 어느 누구로 향하는 요청과 요구로부터가 아니라 오롯이 바로 지금의 나로부터, 그리고 함께.

 

4. 온배움과정을 이미 1년 전에 마치고 올해는 영화읽기세미나로 함께 한 가을’, 이번에 마치게 되는 활짝’, ‘반디그리고 온배움과정을 뒤에서 지지 후원하고 같이 공부하고 있는 사사와 함께 내년에는 협동농장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해봐야 논 몇 마지기, 쬐그만 밭이 전부이지만 같이 공부도 계속하고 몸도 써가면서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몸과 마음의 평안, 그리고 생존을 위한 먹거리, 풀어야할 삶의 현실적 과제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전투적으로, 더 열정적으로 그러나 삶에 괴로움이 아니라 생의 기쁜 숨결로 막걸리 한잔 걸칠 수 있기를. 우리 생애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5. 2016년 봄(3-6), 온배움과정이 진행됩니다.

   1. 건축, 농사, 자연의학, 생명과학에 대한 기본적 소개를 합니다.

   2. 파커파머의 다시 집으로가는 길’, 데이비드 봄의 창조적 대화론’, 유상용·스기에유지의 사람의 본성에 맞는 사회를 함께 읽습니다.

   3. 자기가 살고 싶은 삶과 살고 있는 삶에 대한 탐구워크샾을 진행합니다.

   4. 문의 사항은 온배움과정 담당샘 신성우(010-6437-1720)로 연락주십시오.

 

6. 온배움과정 후속공부모임을 시작합니다.

   1. 몸과 마음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합니다.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인식의 도약’ ‘생각을 멈추고 존재를 시작하라’ ‘늘 펼쳐지는 지금’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 ‘침좀 맞으러 왔는데요’ ‘몸의 혁명’ ‘동의보감’ ‘혈자리서당’ ‘몸의 노래등을 함께 읽고 싶습니다.

   2. 협동농장을 함께 경작합니다.

   3. 잘 먹고 살 궁리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