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류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지만 절망의 그림자가 오히려 세상을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간은 인간답게 자연은 자연답게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녹색 정서를 되찾아 녹색 문맹에서 깨어나야 하며, 생태계로부터 일탈하여 살아온 삶을 생태적 삶으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인간 스스로의 무지와 전횡으로 말미암은 모든 생태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이념적 단절과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합니다.
이는 바로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는 현대 문명을 지속 가능한 녹색 문명으로 전환하는 일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금까지 지성의 산실임을 자부해 온 대학이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들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당위적 사명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잘못 가고 있는 문명의 틀에 동승하여 이를 오히려 더 잘 굴러가게 하는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대안 문명 대학인 녹색대학교의 창립을 선언합니다.
우리가 함께 새로 만드는 녹색대학교는 첫째, 기존 문명의 틀에서 벗어나 새 문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아울러 새 삶의 양식을 찾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생태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론으로 연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구현해 내고자 합니다. 둘째, 녹색대학교는 대학 교육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기존의 모든 정형화한 제도와 교육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대학 차원의 대안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온누리의 모든 존재가 상생의 관계에 있음을 이윽고 깨닫는 큰 배움의 장을 활짝 열고자 합니다.
이제 대담한 용기와 상상력 그리고 굳은 신념이 필요한 때입니다. 물밀 듯 밀려오는 새 생명 패러다임의 물결 그 선두에 녹색대학교가 서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녹색대학교가 옴살스런 새 생명 공동체의 건설에 길라잡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른바 '침묵의 봄'으로부터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봄' 그 봄 밭을 일구는 것이 바로 녹색대학교의 나아갈 길이요, 또한 이 세상에 이바지할 녹색대학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뜻과 포부들이 한꺼번에 다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파인 곳은 메우고 막힌 곳은 뚫어 가면서 대안 문명의줄기가 이 세상의 흐린 물을 조금씩 맑게 하기를 희망합니다. 산적한 문제를 한꺼번에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큰 연장은 아니지만, 큰 연장을 바로 고치고 만드는데 쓰이는 작은 연장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무릇 온누리와 사람에 대한 섬김과 모심으로 장엄(莊嚴)한 작은 대학 하나가, 불모의 땅에 꽃씨 하나 묻는 심정으로,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이렇게 태어납니다. 녹색대학교! 몸을 부르르 떠는 사명감으로 그 창립의 기치를 오늘 여기 높이 듭니다.
단기 4336년 4월 5일 녹색대학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