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맛을 느끼다 - 허영만의 식객

-이무성(온배움터 대표)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접한 독자들은 감정이입의 몇가지 공통점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명성도에 의하여 내용을 흩어보고자 하는 동기에서 처음 비롯되었을 것이다. ‘맛’을 소재로 백화사전식 설명형일 것이라는 단정이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홍보성 음식점소개 또는 음식에 대한 소개라는 지레짐작도 포함된다.

그러나 책을 넘기는 순간 기존 관념은 그냥 해체된다.

일반적으로 만화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 읽는 흐름이 빨라야 한다. 한자리에서 그 내용들을 전부 섭렵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맛의 협객’이라는 식객은 위의 요소이외에 문화와 역사, 그리고 진한 향토성이 책 곳곳에 베어있는 특성도 갖고 있다. 동시에 공동체성의  가치도 내포하고 있다. 식객은 협업 방식에 의한 일종의 집단창작으로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식객 25편 125화 소금의 계절엔 신안천일염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다. 특히 식객의 맛에 대한 자료제공자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님 등은 ‘신안 천일염’ 등 완성도를 높이어 대중에게 선보이도록 그 생산방식이나 역사 등에 대하여 고증 등 체계적인 자료들을 작가에게 제공하였다. 허영만 작가는 이를 만화테마로서 그 내용들을 녹여내 신안천일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


작가 허영만은  1947년 여수에서 태어나 고교시절 청년기까지를 바다의 넉넉한 품속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키워나갔다.

1966년 박평일 문하생으로 출발하여  박문윤, 임화자, 이화원 선생 등으로부터 작품의 지도를 받는다.

1969년 한국만화가협회 회원,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 공모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전 오랜 시간 작품구상을 위한 부지런한 발품으로 자료 등을 수집하면서 2003년 처음 ‘식객’을 세상에 내 놓았다. 사실 지금은 지진 등 대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일본은 만화장르가 그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출판문화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식객’이 드물게 요리만화로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본은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종류만 수십종이 넘는다. 일본 작가 데라사와 다이스케의 ‘맛의 달인’이 이미 1983년 소학관의 주간만화로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 100권이 넘게 출간되고 있다. ‘식객’은 일본의 여느 요리만화와도 견주어도 작품의 완성도나 역사적인 고증성 등에 있어서 뒤떨어지지 않는 평가를 일본 만화평론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환경으로서 사회적인 상황, 특정사건, 그리고 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인물의 세가지 요소가 결합되어야 사회적인 자산으로서 무언가를 남겨 놓을 수 있다. ‘식객’의 작가 허영만은 한국의 85,000 마을단위의 급격한 해체, 우리 고유한 맛에 대한 정체성 상실, 농산어촌의 급격한 피폐에 따른 자칫 맛의 대외예속으로서 종속의 일반화 현상에 대하여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은 고민을 해 왔을 것이다. 작가 허영만은 자신의 예술적인 전문성으로서 붓의 필치를 통하여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였던 것이다. 그의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자료의 제공 등 그 뜻을 함께 하여 탄생시킨 옥동자가 ‘맛의 협객’으로서 식객이다.

책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등이 만화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사회성도 있으면서 독자들에게 호응도 받고 있는 연작소설 등을 만화로 재편집하여 발간을 하였다. 그러나 만화출판물로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현장에서 그냥 사라진 경우들이 태반이었다. ‘식객’은 연재만화로서 출판기획 전문인 김영사의 책 발간전 사전 독자의 의견들을 반영하여 대중들이 되새기어 읽을 수 있도록 재미와 함께 의미도 담고 있다. 작품에서 풍겨나오고 있는 삭힌 김치의 맛이상의 시골 할머니의 손 끝에 베어 있는 고향의 맛들을 한껏 즐겨볼 수 있다. ‘식객’을 읽노라면 고상한 표현으론 숙성이지만 상한 홍어의 맛을 즐길 수도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이젠 쉽게 홍어전문집들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허영만의 '식객‘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