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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붕괴>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우리에게는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로 잘 알려진 퓰리처상 작가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대작으로 8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이며 문화이야기라 할 수 있다. <총, 균, 쇠>가 문명의 성립과 발달의 차이에 중심을 둔 내용이라면 이 책은 반대로 문명의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배운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깨달음을 알게 해 준다. 왜 찬란했던 과거의 위대한 문명들이 붕괴의 흔적만을 남기고 송두리째 사라졌는가? 거대한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 마야 문명, 아나사지 문명, 바이킹 등 오랜 붕괴의 역사와 더불어 아프리카 르완다의 학살, 도미니카와 아이티 공화국, 중국의 심각한 상황 등 현대 사회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적으로 전 지구적 사건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열거한 모든 재앙 속에는 보편적인 패턴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도 아름답고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기로 유명한 몬태나 주의 놀라운 사실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 인식과 달리 ‘드넓은 하늘을 가진 땅’이란 의미의 몬태나 주가 그동안 역사적으로 있었던 모든 붕괴의 요인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몬태나가 이정도인데 다른 지역은 얼마나 심각할 지 짐작케 해준다.

 

애초에 환경 파괴로 인한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기획하였지만 그와 함께 다음의 다섯 가지 요인들의 복합적인 결합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사람들이 환경을 무모하게 파괴한 것이다. 둘째는 기후 변화이다. 세 번째는 적대적인 이웃이다. 환경 파괴나 기후 변화 등 생태적 요인으로 힘이 약해질 때 이웃에 의한 군사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이 중단되거나 줄어드는 경우이다. 제1세계가 불안한 제3세계 산유국의 원유 생산 제한에 따라 받은 큰 타격을 그 예로 들고 있으며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했었고 한다. 마지막으로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대응에 있다. 많은 사회에서 삼림 파괴는 공통적이었지만 관리의 성공과 실패가 곧바로 번영과 붕괴의 차이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론 부분에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정확히 말한다면, ‘환경적 요인, 그리고 기후변화, 적대적 이웃, 우호적 무역 상대, 사회 구성원의 반응에 따른 사회적 붕괴’란 제목을 달아야 한다고 한다.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체제, 그리고 초국적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계화의 구도 속에서 가난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던 여러 국가가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국민들의 삶을 추구하면서 지구는 70억 가까운 인간들의 욕구를 감당할 여유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증상들이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까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앞으로의 우리 인류 문명의 붕괴 여부는 아마도 마지막 원인에 해당하는 인류의 대응방식에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기후 변화나 환경문제, 그리고 세계화의 틀에서 일방적 이득을 얻는 초국적 세력들의 대한 진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처럼 보이지만 이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는 매우 안이하기 짝이 없다. 과연 위와 같은 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나 있는 것일까? 위기의 시대에 저자는 문제들을 통찰하면서 과학적 근거들을 토대로 우리 인류에게 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좀 더 강하게 우리의 안이한 자세를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과거의 여러 실패들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담고 있다.

 

저자는 과거 사회가 직면했고 현대 사회가 또한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 12가지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면서 대작을 마무리하고 있다.

 

1. 인류는 자연서식지를 급격히 파괴하고 있다.

2. 어류, 갑각류는 중요한 단백질원임에도 물고기 남획 등으로 어장이 붕괴하고 있다.

3. 야생 생물종과 개체군, 유전적 다양성이 훼손되었다.

4. 땅의 토양이 물, 바람으로 침식되는 속도가 토양 형성 속도보다 10-40배 빠르다.

5. 주 에너지원이 고갈되고 있다.

6. 지하 대수층의 민물이 고갈되고 있다.

7. 햇빛은 무한히 공급되므로 작물, 야생동물이 무한히 생장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8. 화학산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이 공기, 토양, 바다, 호수, 강에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9. 외래종은 토종을 병들게 하고 있다.

10. 인간 행위의 산물로 가스를 대기로 방출함으로써 오존층이 파괴되며 온난화를 촉진시킨다.

11. 세계 인구가 증가한다.

12. 인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직면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대부분 식량과 에너지를 외국에 의존하면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소비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저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당연히 모든 문제들은 상호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 우리 운명은 우리가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지에 달려있다. 과학은 이런 일들을 하는데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왜냐 하면 과학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계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책의 저자인 다이아몬드 역시 과학자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다하고 있다. 그의 과학자로서 들려주는 또 다른 경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