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헌(鳴玉軒)

염천지절 한철에 같이 깨어나 화르륵 불꽃처럼 타오르는 나무,
백일은 붉다는 꽃을 한껏 매단 배롱나무가 지천으로 널렸다.
굳건한 뿌리에 휘어 비틀어진 몸통은 파란 창공을 우러르고
흐드러진 가지는 땅의 절절한 애원을 꽃으로 담아 우짖고 있다.
불꽃은 한줄기 바람에도 산산히 흩날려 잔잔한 연못에 내린다.

어지러이 꽃을 안은 못길 옆 나무는 줄지어 해가림을 해준다.
그 그늘 사이로 걸어가니 한껏 느긋해지고 더욱 차분해진다.
잠시 주변의 풍광을 살피다가 앞을 바라보니 언덕위 작은 집
한아름이 훌쩍 넘는 무성한 느티나무와 벗하고 앉아있다.
동그란 뒷산엔 새하얀 구름이 걸려 짙은 녹음에 빛을 보탠다.

촉촉한 대지에 잇대어 나무그늘 아래서 살포시 안겨드는 정자
작은 계곡의 실개울로 소담한 못을 만들어 반석도 끌여 들인다.
그 아래 촤르르 똑똑 떨어지는 소리는 광풍제월에도 묻혀오니
벽옥이 우는 듯한 소리로 간직하려 명옥헌 석자를 새겨 두었다.
아쉬운 걸음 뒤돌아보니 파란하늘 흰구름 산 아래 경영한 點亭

- 그 시절 단정하고 총명한 선비가 부모님을 위해 지었다는 집
지금에 와서 보아도 참으로 자연에 잘 어우러진 운치 있는 모습
만약 그 화룡점정(畵龍點睛)같은 명옥헌이 없었다면 어떠할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름없는 텃밭으로 풀들만 무성하였겠지.
꿈의 두간모옥도 그 땅에 어울린 집으로 제대로 점하나 찍힐까?

느지막히 받은 휴가라고 생각하였는데 아직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입추도 벌써 지났고 곧 처서라 음기운이 쑥 나와야 하는데 감감한 것 같다.
그러나 쉼없는 천지의 운행은 이미 준비가 끝나있다. 음양의 조화 속에서
오는 가을은, 가을에는 무엇을 할까? 지난 여름이 그리울 것은 당연하겠지.
그리고 훗 날을 자꾸 자꾸 그려 보기도 해야겠지.

                                    아직도 염천지절인 듯...

                                              부이장.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