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학 비호하는 사법부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입력 : 2018.03.31 15:26:00                    


법원이 학교법인에 기울어진 판결을 통해 교권 탄압을 돕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법원이 학교법인에 기울어진 판결을 통해 교권 탄압을 돕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교원소청위에서 인정 받은 교권 뒤집고 비리사학 손 들어주는 판결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적폐청산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시작됐다. 사각지대가 있다. 학교 교정이다. 교비 횡령부터 장학금 유용 등 사학비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유가 있다. 학교법인은 내부비리를 지적하는 교원의 목소리를 강력한 인사권을 ‘악용’해 틀어막는다. 부당한 징계를 받은 교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학교법인의 부당함을 확인하면 학교법인은 행정소송으로 맞서 시간을 끈다. 여기에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학교법인이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교원소청위 무력화에 앞장선 사법부 

지난 2015년 광주대학교는 재직 중이던 이무성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근무평가 결과 재임용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교수는 이내 학교를 상대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평가 자체가 학교의 자의적인 잣대로 이뤄졌고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교 세습경영을 비롯한 각종 내부문제를 지적했더니 의도적으로 재임용을 거부했다”며 “학교가 주관적 평가에서 점수를 깎아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교원소청위는 이 교수의 주장대로 대학 측의 재임용 거부 처분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학은 교원소청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은 행정소송 진행 중에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이 교수에게 재차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 이 교수는 여기에 맞서 다시 교원소청위에 심사를 제기했고 교원소청위는 이번에도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학은 또다시 교원소청위를 상대로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행정소송 진행 중에 같은 내용으로 별도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교원소청위의 결정을 무시한 대학은 결국 교육부를 상대로 벌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대학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교육부의 결정을 사법부가 뒤집은 셈이다. 이 교수는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학교의 재임용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두 차례나 인정 받고도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과 명령은 사실상 무용한 행정절차”라며 “학교가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기속력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교원소청위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교수들의 지위를 회복시키지 않은 대학의 행위는 행정처분의 공정력에 반하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학교법인의 행위를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법인이 교원소청위 결정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2005년 사학법 개정 전까지 교원소청위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교원소청위가 행정처분을 내리면 학교법인은 그대로 따라야 했다. 교원지위향상특별법으로 학교법인이 교원소청 결과에 불복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대학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 회원들이 대학의 부당한 적립금 쌓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2015년 5월 대학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 회원들이 대학의 부당한 적립금 쌓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학교법인, 행정소송 통해 결과 뒤집어

하지만 학교법인은 사법부의 힘을 빌려 교원소청위의 권위에 꾸준히 도전해 왔다. 권위에 처음 균열을 낸 건 1993년이다. 당시 경남 거제지역에서 6개 학교를 운영하던 ㄱ학원은 법인 산하 여자중학교에 재직 중인 ㄴ교사를 해임했다.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서명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ㄴ교사는 이내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상 학교법인은 교원징계재심위원회 결정에 따라 교사를 복직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학교법인은 가만 있지 않았다. 

교사를 복직시키고 싶지 않았던 ㄱ학원은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법인의 소송에 대해 당시 서울고법 제8특별부는 “법인이 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원고 자격이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학교법인이 교원의 징계 등 학교문제를 사법부로 가져올 수 있는 ‘자격’을 준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법원은 학교법인이 재심위에 불복해 소송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각하를 시켜 왔다”며 “해당 판례는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판결은 교원소청의 권위를 흔들 수 있는 토대가 됐다. 12년이 지나 교원지위향상특별법에는 학교법인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규정을 넣었다. 이후 교원소청위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학교법인은 소청심사에서 패소하더라도 법원 행정소송을 통해 결과를 뒤집었다. 

1993년 학교법인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준 판결에 참여한 판사 가운데 한 명이 부구욱 현 영산대학교 총장이다. 부 총장이 17년째 재직 중인 영산대 역시 학교법인과 교원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사학 가운데 하나다. 교수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 내부비리를 폭로한 류석준 영산대 법률학과 교수는 지난 2016년 6월 학교로부터 재임용 거부 처분을 받고 8월에 교수직을 잃었다. 교수로서 자질이 부족하고 품위유지를 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류 전 교수는 객관적인 평가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이라며 교원소청심사를 제기했고, 소청심사위는 학교법인에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류 교수는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학교 처분의 부당함을 인정 받았지만 학교 측은 류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았다. 학교법인은 오히려 심사 결과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을 하고 있다. 교수직을 잃고 수입이 끊긴 류 교수는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받기 위해 학교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고 다투고 있다. 김진환 영산대 교수는 류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 반대 의견을 내고 학교 측에 항의를 하다가 해임 처분을 받았다. 학교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행정처분을 강요했다는 명목이다. 김 교수 역시 학교를 상대로 해임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류 교수는 “학교 측의 부당한 처분이라는 게 밝혀져도 다시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법원이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도 제멋대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여 학교법인과 벌인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잃는 게 더 많다. 이상훈 수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3년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교수협의회 대표를 맡았다가 파면당했다. 대학 내부문제를 외부에 알려 학교와 총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이 교수는 수원대가 등록금을 교육에 쓰지 않아 적립금이 4300억원이 됐고, 1년 단위 계약을 하는 계약직 교수들의 연봉이 3000만원 수준에 그친다며 열악한 처우문제를 제기했다. 학교법인의 문제를 폭로한 뒤 이 교수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학교의 파면조치가 부당하다는 교원소청심사를 제기했고 교원소청심사위는 이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수원대 역시 소청심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 측은 교육부를 상대로 소청심사위의 심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연히 이 교수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학교 측에서 소청심사위의 처분을 따르지 않아도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 교원소청은 강제력이 없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교수는 학교를 상대로 파면무효확인과 월급보전 명목으로 민사소송을 냈다. 2014년에 시작한 소송은 상고심까지 이어졌고 2016년 9월 이 교수는 최종 승소했다. 승소는 했지만 소송 중에 정년을 맞은 이 교수는 끝내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학교와 소송을 벌이는 내내 이 교수는 교원 신분을 상실한 채 학교를 상대로 싸워야 했다. 파면당한 다음달에 제기한 교수지위보전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교수는 모든 소송과 심사에서 이겼지만 2년 넘게 생활고를 겪으며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영산대학교 총장으로 간 부구욱 판사 

교원이 학교법인과 소송에 들어가면 당장 수입이 끊긴다. 4년 가까이 걸려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금전적으로 피해가 크다. 학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많아야 2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학교법인 입장에서는 손해가 될 만한 금액이 아니다 보니 교원을 징계하고 파면ㆍ해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학교법인과 소송 끝에 복직한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소송에서 학교를 상대로 이기기도 힘들지만 이긴다 하더라도 학교법인은 처벌을 받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학교에 돌아가는 피해가 없다보니 사람을 쉽게 자르고 징계하고 소송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학교법인이 고무줄 같은 평가기준으로 교원의 신분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배경에도 사법부가 있다. 법원이 사립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근로자는 해고무효 판결을 받으면 판결로 근로자의 지위가 회복되고 사용자에게 임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도 바로 생긴다. 기간제 근로자 역시 ‘갱신 청구권’이 인정돼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되면 고용관계 역시 계속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사립대 교원은 다르다. 법원은 사립대 교원이 재임용 거부 무효 판결을 받더라도 학교법인이 재임용 계약을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다. 

교원은 교원소청심사와 소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보상 받을 권리가 없다는 얘기다. 학교법인은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등 소송을 반복하다가 패소할 경우 재임용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헌법은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따라 다른 직종의 종사자들의 지위에 비해 특별히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교원의 신분이 부당하게 박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호의무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주희 민변 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학교법인이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는 교원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인사권을 악용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원은 사립학교와 관련해 학교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판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311526001&code=940100#csidx3c9b3f971e925719b0d08a36cfa65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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