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풍물굿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의 마을과, 도시, 학교 등지에서 연행되고 살아있는 전통문화이다. 이는 우리 민족이 생긴 이후 줄기차게 전승하고 발전시켜 온 공동체 민중예술이다. 필자는 이미 풍물굿의 연원을 단군신화의 환웅이야기로부터 보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보면, 하늘에서 천부삼인(天府三印)을 받은 신인(神人) 환웅(상쇠)은 풍백(징), 운사(북), 우사(장구)와 함께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목적으로 이 지상세계로 내려온다. 그리고 신단수(당산나무)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니 그곳을 바로 신시(마당)라 한다. 이 환웅 이야기가 현 풍물굿의 신화적, 사상적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전승되는 마을풍물굿에서의 악기, 굿물, 당산나무 등의 신화적 상징은 이를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풍물굿의 꽹과리는 지역과 용도에 따라 쇠, 매구, 깽매기, 깽쇠, 광쇠, 꽝쇠, 깡쇠, 소금, 동고, 쟁, 갱정 따위로 불린다. 정악에서는 소금(小金), 불교음악에서는 광쇠, 무속음악에서는 설쇠 등으로 불리운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음악의 목적, 바탕이 되는 신화와 사상 또한 각각 다르다.

   본고에서는 꽹과리라는 악기를 이해하기 위하여 풍물굿 악기의 일반적 특성을 정리하며, 꽹과리의 연주자이자 풍물굿의 리더인 상쇠를 중심으로 꽹과리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결국, 풍물굿은 꽹과리라는 ‘빛’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가 하나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총체적 행위임을 밝히고자 한다.

 

풍물굿 악기의 일반적 특징

 

풍물굿은 꽹과리, 징, 장구, 북의 네가지 타악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 악기는 매구, 굿물, 풍물, 금고 등으로 각 지방에서 부르고 있다. 이는 악기가 음악연주라는 측면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악기가 가지는 기능과 목적이 다르다. 위는 제의적, 음악적, 무용적, 놀이적, 군사적인 악기의 기능을 설명해주는 명칭들이다.

   그렇다면 풍물굿 악기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풍물굿 악기가 ‘마을 공동체의 신물(神物)’이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당집이거나 마을공동창고에 모셔놓다가, 풍물굿을 울릴 때에만 치배들이 악기를 매고 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풍물굿 악기의 일반적인 특징에는 어떠한 점들이 있는가?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신을 모시고 놀아보는 풍물굿 악기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1) 무율(無律)타악기이다.

 

종족음악학에서 악기분류는 새롭게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풍물굿 악기는 몸통울림악기(꽹과리와 징, 金)와 막울림악기(장고와 북, 鼓)로 구성된다. 이들 모두는 고정된 음계를 가지지 않는 ‘무율타악기’이다. 타악기의 장단(리듬)만으로 음악적 완결성을 만들어낸다. 풍물굿은 원천적으로 장단리듬의 반복성이 강하다. 같은 리듬의 반복은 감성과 흥분을 고조시켜 몰아(沒我)와 최면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신비체험을 하게 하는 영적행위(靈的行爲)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풍물굿의 타악 연주는 단순한 리듬을 반복함으로써 공동체를 다시 확인하고 신과 하나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로써 풍물굿의 공동체성, 주술성, 자연성을 볼 수 있다.

   꽹과리는 나머지 세 악기를 리드하는 악기이다. 꽹과리의 전두리는 징에 비해 안쪽으로 굽어 있고 짧다. 그래서 소리가 빨리 퍼져나가고, 음고가 높고 엄청나게 커서 강렬하고 충동인 느낌을 준다.

 

2) 원-하나를 지향한다.

 

풍물굿 악기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원형임을 볼 수 있다. 꽹과리와 징은 정면이 원형이고, 장구와 북도 양편이 모두 원이다. 각 악기채의 끝도 기본적으로 원형이다. 풍물굿 악기가 원형이라는 점은 이 세계를 둥근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자 하는 가치관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둥근 알이라는 형태는 우리 민족의 종족사고와 미의식의 기반이다. 원은 만물생성의 원리와 완전성을 의미하며, 원만무결(圓滿無缺)과 원융무애(圓融無碍)와 통한다. 원은 달과 해 등 우주를 상징하기도 하고 정신세계를 상징하기도 하다. 가장 단순한 출발점인 동시에 종착점이 되는 영원성을 상징한다.

 

정병호가 지적하듯 우리민족은 원형을 지향하는데, 이는 동아시아의 공통된 의식이다. 원은 순환하는 시간관과 연관되고 음양오행을 형상화하는 우주론적 도형이 되기도 한다. 원의 세계는 바로 일원론의 세계를 말한다. 우주는 하나이고, 만물은 모두 평등한 공동체라는 의식이다.

 

3) 악기의 구조와 소리는 둘 혹은 셋으로 분화된다.

 

풍물굿 악기는 채 없이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음양의 구조를 가진다. 즉 하나의 악기 안에 서로 다른 성질의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상대적으로 볼 때 음양의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악기의 구조는 둘 혹은 셋으로 분화된다. 실제 풍물을 칠 때에는 왼손과 오른손, 안과 밖,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분이 되기도 한다.

   징과 꽹과리는 엎어서 보면 평평한 바닥을 가진 그릇모양이다. 드러난 부분이 있고 숨겨진 부분이 있다. 평평한 면을 치게 되면 그 소리는 반대편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종과 유사한 구조로서, 그 내부에서의 소리는 서로 간섭을 하여 새로운 혼돈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구조이다. 특히 꽹과리의 앞면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양성(陽性), 뒷면은 어둠이라는 음성(陰性)의 상징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장구와 북은 좌우의 편을 구분하여 사용한다. 장구는 왼손에 궁채와 오른손에 열채를 쥐고 각각 음양의 소리를 낸다. 이는 소리의 음양성(陰陽聲)을 확실하게 구별해 내기 위한 노력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죽뿐만 아니라 장구통 역시나 신경을 썼다. 여자소리(저음)가 나는 궁편쪽은 크게 만들고 남자소리(고음)가 나는 채편 쪽은 작게 만드는 것이 그렇다. 채에 있어서도 남자소리를 내야 하는 채편 쪽은 강하고 높은 소리를 위해 막대기(채)를 쓰고, 궁편쪽은 같은 가죽성질인 사람 손바닥을 그대로 쓰거나 채를 쓰더라도 부드러운 소리를 위해 궁굴채를 쓴다.

 

4) 악기, 몸, 채의 삼즉일 구조를 가진다.

 

풍물굿의 중요한 특징이라 한다면 악기를 메고, 서서 춤을 추거나 걸으며 진풀이를 엮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악기를 연주한다는 자체가 춤도 되고, 음악도 된다. 악기를 걸개에 걸어서 치거나, 엎어놓고 치거나, 앉아서 치는 것과는 그 논리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악기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도구이자 대상으로 인식된다. 악기를 연주한다고 할 때에 연주자(주체)는 악기를 대상(객체)으로 인식한다. 대부분의 악기와 연주자의 관계는 이러한 틀과 인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풍물굿에 있어서 악기는 대상이 아니고 내 몸의 일부가 된다. 몸과 악기를 이어주고 메타화시켜주는 ‘채’가 있기 때문이다. 몸(주체)은 채를 대상으로 하고, 채는 악기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악기를 몸통에 메거나 손에 들게 되면서 채의 방향은 악기와 내 몸을 향하게 된다.

 

                                                                                        악기

                                                                                       ⇙     ⇖

                                                                                      몸 ⇒ 채

 

결국 내 몸 자체가 악기와 일체가 되면서 채는 내 몸을 대상화하게 되는 순환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채는 다름 아닌 내 몸(손)이 주체가 되어 다루는 것이니 또한 주체가 된다. 몸과 채는 각각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가 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 단순히 채를 이용한다고 해서 이러한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채를 이용하는 실로폰 연주의 예를 생각해보라. 연주자는 놓여져 있는 악기를 채를 이용해 두드릴 뿐 위와 같은 인식이 있을 수 없다. 이에 비해 풍물굿의 ‘악기’‘채’‘몸’의 관계가 순환하여 하나되는(삼즉일-삼신) 구조는 악기를 메고 걸어다니며 춤을 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독특한 ‘장단’이라는 개념이 이러한 몸의 공간적인 연출과 합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꽹과리춤, 북춤, 설장구, 소고춤 등에 있어서 악기는 내 몸과 하나되어 춤을 만들어 낸다.

 

하나되는 빛의 소리

 

꽹과리를 치는 상쇠(쇠잽이)는 해, 광명, 빛을 상징하는 굿물이 몇가지 있다. 우선 꽹과리가 그렇다. 전라도 지역 일부 풍물굿에서는 ‘일광놀이’라 하여 상쇠가 꽹과리를 잃고, 그것을 찾는 과정을 극화하는 대목이 있다. 이는 풍물굿패와 마을공동체가 꽹과리를 빛과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를 잃은 상태는 죽음, 무질서, 어두움의 세계이고 다시 찾은 상태는 생명과 질서, 광명의 세계인 것이다. 또한 명칭을 통해서도 꽹과리를 빛으로 이해하는 예를 볼 수 있다. 광쇠, 꽝쇠, 깽쇠, 꽹과리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광은 빛 광(光)자를 나타내며, 깽, 꽝은 천둥, 번개의 의성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쇠의 등 뒤에 붙이는 일광월광, 머리에 쓰는 전립의 하얀 부포가 해, 광명, 흰빛의 상징이다. 영남과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상쇠’ 등 뒤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두 개의 쇠붙이를 단다. 지방마다 ‘공모’, ‘홍박씨’, ‘일광월광’ 등으로 부르는데, 반드시 상쇠만 단다고 한다. 정병호는 이를 무굿에서의 명도(명도)와 연관지어 설명을 하고 있다. 이에 관한 비교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상쇠가 빛을 등에 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쇠잽이가 머리에 쓰는 전립의 부포가 이와 같은 상징을 가진다.

김헌선은 『풍물굿에서 사물놀이까지』에서 사물악기를 천둥번개 소리, 바람소리, 구름 소리, 빗소리로 비유하였다. 필자는 그 신화적 근거를 환웅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이미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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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상쇠 등뒤의 일광월광>

 

태양숭배(토템)부족인 ‘한’(한. 한. Han)부족의 수장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주도하여......태양숭배 토템부족은 환인. 환웅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한’(한. Huan. Han)부족이다. 이들은 ‘한울님’의 아들. 자손이라고 생각하며, 태양(해). 밝음(광명), 햇빛, 새빛(東光)을 숭배한다.

그들은 ‘태양’, ‘하늘’, ‘하느님’과 자기들을 연결시켜 주는 동물매체를 ‘새’(鳥)라고 생각하여 ‘솟대문화’, ‘소도문화(蘇塗文化)’를 공통으로 형성하여 갖고 있었다. 고조선문명권의 원민족들은 ‘태양’과 ‘새’를 결합하여 태양신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할 때는 ‘삼족오(三足烏)’, ‘세발 까마귀’로 상징화하여 그리고 표현하였다.

 

신용하는 위와 같이 환웅족이 태양숭배와 함께 삼족오(새)숭배를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풍물굿 상쇠의 꽹과리와 부포로 이어진다고 필자는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신화적 세계를 보여주는 유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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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통구 제17호분 해의 신상, 상쇠 꽹과리의 빛과 전립의 부포>

 

일찍이 김재원은 『단군신화의 신연구』(1947년)에서 중국 산동성 가상현 무씨사 화상석각을 단군신화와 대비시켜 8.9할이 복합된다고 밝힌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안동준은 무씨사 화상석 그림을 환웅이야기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환웅을 뇌공, 뇌신으로 보고 있다. 이는 풍물굿 악기의 상징이 신화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면 고구려의 벽화와 중국 한대의 고분벽화는 유사한 신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대륙에서도 광범위하게 보이는 해, 일신의 상징으로 삼족오가 보인다.

 

토끼, 두꺼비, 삼족오, 구미호가 각각 음양적 존재이며, 음양을 나타내는 우주적 차원의 상징체인 해와 달의 구성요소라는 점에 의해 보다 뚜렷이 뒷받침된다. 달의 구성요소이자 상징인 토끼와 두꺼비, 해의 구성요소이자 상징인 삼족오와 구미호......

 

삼족오는 물론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도 역시 일신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해모수의 오우관(烏羽冠), 신라 화랑의 조우관(鳥羽冠), 조선의 상모(象毛)와 공작우(孔雀羽) 등 새깃털 장식의 전통은 바로 삼족오, 새 신앙으로부터 시작하여 풍물굿의 부포에까지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글을 나가며

 

풍물굿은 제의이면서 동시에 놀이이다. 그래서 풍물굿놀이라고도 한다. 굿은 그 민족 전통의 신화를 재현하여 우주․ 자연․ 신과 인간이 하나임을 확인해가는 총체적 행위이다. 여기에는 분명 그 민족공동체의 고유한 세계관과 사유체계가 뿌리를 이루고 있다.

 

악기는 소리를 내기 위하여 만들어진 도구이지만, 또한 그 악기를 만드는 인간의 창조적인 산물이자 그 문화적 특징을 보유한다. 그러므로 음악소리를 만드는 기능적인 요소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인간과 문화사회의 전반적인 요소와 연결되어 악기가 연구된다.

 

위에서 보이듯이 꽹과리라는 악기는 소리와 음악의 영역을 넘어서 이해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우리 민족의 인식이 그 안에 담겨져 있다. 풍물굿의 꽹과리는 하나의 악기(부분)이면서도 풍물굿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꽹과리 자체가 해와 빛이 되어 밝고 신명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 바로 풍물굿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우리 안의 신을 밝히는 ‘신명(神明)’이다. 그 가운데에 꽹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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